면접 준비하면 누구나 회사 홈페이지를 뒤지고, 뉴스 기사를 스크랩하고, 경영 이념을 달달 외우느라 밤을 새우곤 한다. 그런데 정작 면접관의 질문은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 회사에 왜 지원했나요?” 이 질문 앞에서 외운 회사 정보는 생각보다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지망생이라면 누구나 같은 정보를 읽고 오기 때문이다. 홈페이지에 적힌 비전과 미션은 지원자 모두가 공유하는 상식에 불과하다. 차별화된 답변을 만들려면 정보의 양이 아니라 정보를 읽는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그 출발점은 의외로 단순하다. 채용 공고문에 적힌 동사 하나하나를 분석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채용 공고를 ‘자격 요건’만 확인하는 문서로 취급한다. 학력, 경력, 자격증 같은 조건이 맞는지 보고, 지원 버튼을 누른다. 공고의 나머지 부분, 특히 ‘주요 업무’ 항목에 적힌 동사들은 그냥 흘려보낸다. 그러나 그 동사들이야말로 회사가 실제로 원하는 행동을 가장 정직하게 드러내는 단서다. 회사 정보를 외우는 것은 회사가 자신을 어떻게 소개하고 싶은지를 아는 일이고, 공고의 동사를 분석하는 것은 회사가 실제로 어떤 일을 시킬지를 아는 일이다. 면접관이 듣고 싶어 하는 답변은 후자에 가깝다.
‘기획한다’, ‘운영한다’, ‘분석한다’, ‘조율한다’, ‘발굴한다’, ‘구축한다’ 같은 동사들은 각각 전혀 다른 업무 성격을 암시한다. ‘기획한다’는 무엇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구조적 사고를 요구하고, ‘운영한다’는 이미 돌아가는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조율한다’는 이해관계가 다른 여러 주체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고, ‘발굴한다’는 새로운 기회를 찾아내는 적극성을 요구한다. 같은 직무 이름이라도 공고의 동사 구성에 따라 실제 업무의 성격은 크게 달라진다. 이 차이를 짚는 지원자는 면접관에게 “이 회사가 실제로 하는 일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면접 답변을 준비할 때는 공고의 동사를 세 가지 층위로 나눠 보는 것이 유용하다. 첫째는 가장 많이 등장하는 핵심 동사, 둘째는 반복되진 않지만 특이하게 사용된 동사, 셋째는 자격 요건이 아닌 업무 설명에 쓰인 동사다. 핵심 동사들에는 응시자가 갖춰야 할 기본 소양이 드러나고, 특이한 동사에는 이 회사만의 독특한 업무 문화가 스며들어 있다. 업무 설명에 쓰인 동사의 층위를 분석하면 회사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성숙도까지 가늠할 수 있다. ‘도입한다’, ‘적용한다’ 같은 동사는 변화의 초기 단계에 있는 조직임을, ‘고도화한다’, ‘효율화한다’ 같은 동사는 기존 시스템을 개선하려는 조직임을 보여 준다.
이 분석을 실제 답변에 적용하는 방식은 단순하다. “회사에 대해 알게 된 점은 많은데, 특히 채용 공고에서 ‘해외 시장을 분석하고 현지 파트너를 발굴하는’ 업무를 보고 지원을 결심하게 됐다. 평소 새로운 시장의 구조를 조사하고, 여러 이해관계자의 니즈를 교차 분석하는 데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회사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현지 협력 관계를 직접 만들어 가는 방식으로 시장을 개척한다는 점에서 내 역량과 경험을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런 식으로 답변하면 회사 정보를 단순 나열하는 대신, 회사가 필요로 하는 행동과 자신의 실제 경험을 연결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 방법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실속 있는 면접 준비 전략이기도 하다. 회사 정보를 외우기 위해 온라인 강의를 결제하거나 비싼 면접 코칭을 받을 필요가 없다. 채용 공고는 무료로 확인 가능하다. 게다가 회사 홈페이지의 화려한 문구보다 공고의 동사가 훨씬 덜 가공된 원재료다. 홍보 문구에는 회사의 이상이 담겨 있고, 채용 공고의 업무 설명에는 회사의 현재 필요가 담겨 있다. 면접관은 회사의 이상이 아니라 현재 필요를 해결할 사람을 찾고 있다. 그 필요를 정확히 짚는 답변은 자연스럽게 면접관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물론 공고의 동사 분석만으로 면접이 끝나지는 않는다. 동사 분석은 답변의 뼈대를 만드는 것이고, 거기에 살을 붙이는 것은 지원자의 구체적인 경험과 역량이다. 회사의 비전이나 뉴스 기사에서 얻은 배경지식도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그 배경지식은 답변의 보조 도구로 활용해야지, 답변의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 중심에는 언제나 직무 행동이 있어야 한다. 회사가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가 가장 정직하게 드러나는 채용 공고의 동사를 해석하고, 그 행동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구체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설득력 있는 지원 동기다.
면접 준비 과정에서 이 방법을 적용해 보면 회사 정보를 외우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답변의 윤곽이 잡힌다. 공고문에는 대개 여러 개의 동사가 등장하는데, 그중 두세 가지만 선택해 자신의 경험과 연결하면 된다. 모든 동사를 다 다룰 필요는 없다. 가장 자신 있는 경험과 매칭되는 동사를 고르고, 그 연결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데 집중하는 편이 낫다. 이렇게 준비한 답변은 자연스럽게 다른 지원자의 답변과 차별화된다. 많은 지원자가 “회사의 비전에 공감해서”, “성장 가능성이 있어서” 같은 추상적인 표현에 머무는 동안, 공고의 동사를 분석한 지원자는 “회사가 필요로 하는 구체적인 행동을 나는 이미 해본 적이 있다”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한다.
면접은 결국 상호 탐색의 과정이다. 회사는 지원자가 필요한 일을 해낼지를 확인하고, 지원자는 회사가 자신에게 적합한지를 확인한다. 그런 면에서 회사 정보를 외우는 준비는 탐색의 절반만 충실한 것이다. 공고의 동사를 분석하는 것은 상대가 실제로 원하는 것을 먼저 파악하는 태도다. 이는 면접 답변의 수준을 높이는 동시에, 지원자가 회사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비용 없이 시작할 수 있고, 매일 갱신되는 채용 공고가 무제한의 자료가 된다. 면접을 앞둔 실속파 지원자라면, 회사 소개 문구를 다시 읽는 대신 공고문의 동사 하나하나에 주목해 보자. 그 속에 회사가 말로 하지 않는 진짜 필요가 담겨 있다.